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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가 매일 출근하던 카페, 파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두 곳

korea-life-note 2026. 6. 27. 11:06

사르트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쯈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그는 대체 어디서 『존재와 무』 같은 책을 썼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집이 아니라 카페였어요. 그것도 매일, 거의 출퇴근하듯이 다닌 단골 카페였습니다.

파리 6구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에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와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이 두 곳을 오가며 거의 하루 종일 머물렀고, 이곳에서 실존주의라는 20세기를 흔든 사상이 태어났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사유가 만들어진 현장을 직접 걸어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특별하게 다가올 거예요.

가는 법 — 인천에서 생제르맹데프레까지

인천에서 파리까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랑스가 직항을 운항하고 있고, 비행시간은 약 13~14시간 정도입니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CDG)에 도착한 뒤에는 RER B선으로 시내까지 들어와 메트로로 환승하면 됩니다.

두 카페는 모두 메트로 4호선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역에서 도보 2~3분 거리라, 위치 찾기는 전혀 어렵지 않아요. 두 카페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 보고 있어서, 한 번 방문에 둘 다 둘러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카페 드 플로르 — 사르트르의 "사무실"이 된 카페

정확한 창업 연도는 자료마다 1884~1887년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1880년대 후반 문을 연 것으로 알려진 카페 드 플로르는 처음엔 그저 평범한 동네 카페였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건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이곳 1층에 자신이 주관하던 문예지 편집실을 두면서부터예요.

매주 화요일 오후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모인 모임에는 앙드레 브르통도 있었는데, 이 무렵(1917년) 아폴리네르가 발레 「파라드」의 프로그램 해설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가 바로 "초현실주의(쉬르레알리슴)"였습니다.

이 단어가 탄생한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의 사교 거점이 바로 플로르였던 셈이죠.

하지만 플로르를 진짜 전설로 만든 건 1940년대입니다.

1940년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던 사르트르는 1941년, 위조한 신체장애 증명서를 이용해 수용소에서 풀려나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보부아르, 카뮈, 레몽 아롱, 메를로퐁티 같은 동료들과 함께 이 카페를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사르트르는 2층 한쪽 자리에서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글을 쓰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에 돌아와 4시까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저녁 8시까지 작업을 이어가는 식으로 거의 매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파리떼』와 『존재와 무』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자리에서 쓰였습니다.

사르트르 본인도 한 회고록에서, 플로르가 마치 자신의 집과 다름없었다고 적었을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많습니다.

전쟁 중 독일 점령기에도 플로르에는 독일군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고 하고요, 카뮈는 이 카페의 오래된 가르송(웨이터)에게 철학적 소양이 깊다며 "데카르트"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좌파든 우파든, 초현실주의자든 실존주의자든 누구나 받아들이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는 점도 플로르다운 매력이고요.

이후로도 보리스 비앙, 줄리에트 그레코, 트루먼 커포티, 제임스 볼드윈 같은 인물들이 이 카페를 거쳐 갔습니다.

1994년부터는 신예 작가에게 수여하는 '플로르 문학상'도 매년 이곳에서 열리고 있어, 지금도 살아있는 문학의 현장이라 할 수 있어요.

카페 드 플로르 정보

  • 주소: 172 Boulevard Saint-Germain, 75006 Paris
  • 영업시간: 매일 07:30~익일 01:30 (현장 입장이 기본이며, 단골 손님은 전화로 자리를 예약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 대표 메뉴: 쇼콜라 쇼(따뜻한 코코아, 약 €7.5), 크로크 무슈(약 €12~14), 에스프레소(약 €5) — 평균 식사 가격은 약 €17 선, 와인 한 잔은 €8~15 정도
  • 분위기: 아르데코 양식의 빨간 가죽 좌석, 대로 쪽 테라스석 인기

 

레 되 마고 — 문학상이 탄생한 자리, 헤밍웨이의 단골집

레 되 마고는 사실 플로르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 자리에는 중국풍 장식품과 비단을 팔던 잡화점이 있었고, 가게 이름은 1813년에 인기를 끈 연극 제목에서 따왔다고 해요.

가게 안의 두 중국인 목각 인형(magot)이 지금까지도 가운데 기둥 위에 그대로 놓여 있어, 이 인형들이 바로 카페 이름의 유래입니다.

1880년대에 카페로 다시 문을 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문인들의 아지트가 되었고, 한때는 베를렌과 랭보, 말라르메가 이곳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카페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33년에 일어났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있던 초현실주의자 친구들이 그해 공쿠르상이 앙드레 말로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건 너무 아카데믹하다"며 즉석에서 자기들만의 문학상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탄생한 '되 마고 문학상' 첫 수상자가 레몽 크노였습니다.

권위 있는 상에 대한 반발심에서 시작된 상이 지금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묘하게 사르트르적인 반골 정신과 닿아 있는 듯합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플로르와 되 마고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오가며 거의 하루를 통째로 카페에서 보냈다고 알려져 있어요. 1954년에는 보부아르가 이곳에서 『레 망다랭』의 일부를 썼고, 그해 공쿠르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은 시기 안쪽 자리에서 시가를 태우던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피카소(이곳에서 도라 마르를 처음 만났다고 전해집니다)까지 — 한 카페 안에 이렇게 많은 이름이 겹쳐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카페 바로 앞 광장은 2000년부터 '사르트르-보부아르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 두 사람의 흔적이 지명으로까지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되 마고에서는 작가들의 이름을 딴 조식 세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장 폴 사르트르" 세트, "헤밍웨이" 세트 같은 이름을 메뉴판에서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타르트 타탱과 쇼콜라 쇼가 대표 메뉴이고, 매주 잼 행사처럼 진행되는 '작가들의 월요일', '재즈의 목요일' 같은 문화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레 되 마고 정보

  • 주소: 6 Place Saint-Germain-des-Prés, 75006 Paris
  • 영업시간: 매일 07:30~01:00 (브런치는 주말·공휴일 11:00~15:30)
  • 예약: 전화 또는 이메일(reservation@lesdeuxmagots.fr)로 예약 가능
  • 대표 메뉴: "장 폴 사르트르" 조식 세트, 타르트 타탱, 쇼콜라 쇼 — 식사류 약 €17~42, 디저트 약 €11~20 선
  • 분위기: 교회 광장을 마주한 테라스, 녹음이 우거진 외부석

어느 카페가 나에게 더 맞을까

두 카페는 정말 몇 걸음 거리라서, 솔직히 둘 다 가보는 게 가장 좋은 답이긴 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빠듯하다면 이렇게 구분해보세요.

사르트르의 글쓰기 루틴, 그가 "내 집"이라 부른 그 책상 자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카페 드 플로르가 더 어울립니다.

반대로 문학상의 탄생 비화, 헤밍웨이·피카소 같은 좀 더 국제적인 단골들의 흔적, 그리고 생제르맹데프레 교회를 마주한 한갓진 테라스를 원한다면 레 되 마고 쪽이 좋습니다. 두 곳 모두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편이라, 오전 9~10시쯈 사르트르가 글을 쓰던 그 시간대에 맞춰 가면 비교적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 생제르맹데프레 교회: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로, 두 카페 사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사르트르-보부아르 광장: 레 되 마고 바로 앞,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작은 광장입니다.
  • 들라크루아 미술관: 도보로 몇 분 거리에 있어 함께 묶어 다니기 좋습니다.

한눈에 보는 정리

 카페 드 플로르 *  레 되 마고

주소 172 Boulevard Saint-Germain, 75006 6 Place Saint-Germain-des-Prés, 75006
영업시간 매일 07:30~01:30 매일 07:30~01:00
핵심 키워드 사르트르의 "사무실", 초현실주의의 발원지 문학상의 탄생지, 헤밍웨이·피카소의 단골집
대표 메뉴 가격대 음료 €5~7.5 / 식사 €12~20(평균 €17) 음료 €8~10 / 식사 €17~42
예약 기본적으로 현장 입장 (단골은 전화 예약 가능하다고 알려짐) 전화·이메일 예약 가능

환율 참고: 2026년 6월 27일 기준 1유로 ≈ 1,749원입니다.
환율은 매일 바뀌니 출발 전 다시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가격만 보면 파리의 다른 평범한 카페보다 분명 비쌉니다.

하지만 사르트르가 매일 앉았던 그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셔본다는 경험은, 어쩌면 루브르 박물관 입장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