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7개 도도부현 중에서 음식 하나로 현 이름을 바꿔버린 곳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바로 가가와현(香川県)이에요.
2011년부터 관광 캠페인으로 스스로를 '우동현(うどん県)'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게 단순한 마케팅 카피가 아니라 실제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저는 이번에 다카마쓰(高松)에 가서 정말 우동만 먹다 온 느낌이었는데, 그 경험을 가능한 한 우동 중심으로 풀어볼게요.

1. 다카마쓰, 왜 '우동의 성지'라고 부를까요?
가가와현은 인구 1만 명당 소바·우동 가게 수가 전국 1위인 지역이에요.
전국 평균보다 약 2.6배 많다고 하니, 길을 걷다 보면 정말 몇 걸음마다 우동집 간판이 보일 정도예요.
흔히 "가가와에는 신호등보다 우동집이 더 많다"는 농담이 있는데, 실제로는 신호등 수가 더 많긴 하지만(가가와현 내 신호등은 2,000개가 넘어요) 우동집도 500~600곳 정도로 추정될 만큼 많다는 점은 농담이 아니에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헤이안 시대의 승려 구카이(空海, 고보다이시)가 당나라에서 우동 만드는 법을 배워와 자신의 고향인 사누키(讃岐, 지금의 가가와현)에 전했다고 해요.
역사적으로 확실하게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가가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해요. 거기에 더해 가가와는 예로부터 밀, 소금, 이리코(잔멸치 다시용 멸치)의 산지였고 간장 산업도 발달해 있어서, 우동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거죠.
이런 곳이라면, 단순히 "우동도 먹어볼까" 정도가 아니라 우동 자체를 여행의 주제로 삼아도 전혀 아깝지 않아요.
도쿄·오사카는 가봤지만 뭔가 더 색다른 일본 소도시 여행을 찾는 분들, 또 음식 하나로 여행 테마를 잡고 싶은 분들에게 다카마쓰를 추천하고 싶어요.
2. 가는 방법
✈️ 인천 → 다카마쓰 공항: 에어서울, 진에어가 직항을 운항해요.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40~50분 정도. 항공권은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왕복 약 20만 원대부터 찾아볼 수 있어요 (저렴한 시기에는 더 낮은 가격도 나와요).
🚌 다카마쓰 공항 → 시내: 공항에는 전철이 없어서, 리무진버스를 타는 게 가장 무난해요. 다카마쓰역까지 약 40~45분, 요금은 1,000엔(약 9,500원) 정도예요. 비행기 출발·도착 시간에 맞춰 운행하니 시간표를 미리 확인하면 좋아요. 짐이 많거나 일행이 있다면 택시도 고려할 만해요(약 25분 소요).
참고로 다카마쓰 공항 안에는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물론, 다시(うどん 국물)가 나오는 수도꼭지까지 있어요. 이 정도면 공항부터 이미 '우동현'에 입국한 느낌이 들죠.
3. 사누키 우동, 제대로 즐기는 법
가가와에서 우동을 먹기 전에 꼭 알아두면 좋은 게 있어요.
가게 운영 방식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뉘거든요.
- 셀프타입(セルフ): 학생식당처럼 직접 면을 받아서 국물을 붓고, 튀김 토핑을 골라 담은 뒤 계산하는 방식이에요. 가가와 우동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일반점(一般店): 우리에게 익숙한 식당 스타일.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직원이 가져다줘요.
- 제면소타입(製麺所): 원래는 면을 만들어 도매로 납품하는 제면소인데, 짧은 시간만 가게 한쪽을 열어 손님에게 직접 파는 곳이에요. 그릇이나 다시(국물) 등을 손님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셀프타입보다 더 '셀프'스러워요. 영업시간이 짧고(낮 1시간 정도인 곳도 있어요) 운영 방식도 가게마다 달라서, 처음 가신다면 살짝 헤맬 수도 있는데 그것도 나름의 재미예요.
처음 셀프타입 가게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4. 다카마쓰 우동 순례 추천 코스
🍜 셀프 우동의 명가들
- 사카에다(さか枝):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아침 우동' 명소예요. 출근 전 직장인들이 줄 서서 먹는 모습이 다카마쓰의 일상 풍경 중 하나예요. 이리코(잔멸치)와 가츠오 다시의 조화가 일품이고, 튀김 종류도 다양해요.
- 타케세이 본점(竹清本店) (高松市亀岡町2-23): '원조 셀프 우동'으로 불리는 곳. 리쓰린공원 근처에 있어서 정원 산책과 묶기 좋아요. 반숙 계란 튀김(한주쿠 타마고텐)이 이 집의 명물이에요. 영업시간 11:00~14:30, 월요일 휴무.
- 우동 잇푸쿠(うどん一福) (高松市国分寺町新居169-1): 살짝 가는 면과 달큰한 다시의 조화가 좋은 곳. 니쿠우동(고기우동)이 간판 메뉴예요. 금요일 휴무.
- 테우치주단 우동 바카이치다이(手打十段 うどんバカ一代) (高松市多賀町1-6-7): 별명 '바카이치'. 명물은 '카마버터 우동' — 갓 삶은 면에 파, 튀김 부스러기, 생계란, 버터, 후추를 더한 메뉴인데, 카르보나라가 떠오르는 맛이라고들 해요. 06:00~18:00 영업.
- 마츠시타 제면소(松下製麺所) (高松市中野町2-2): 오랜 역사를 가진 제면소타입 가게. 손님이 직접 면을 데워 먹는 방식이라 가가와 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우동과 중국식 면(라멘 면)을 함께 넣는 '짬뽕' 스타일도 독특해요. 07:00~14:30경(면이 소진되면 조기 마감), 일요일 휴무.
🥣 한 그릇이 아니라 '한 대야' — 와라야(わら家)
다카마쓰 야시마 지역에 있는 자이고우동 본가 와라야는, 커다란 대야(오오다라이)에 통째로 담긴 우동을 여럿이 함께 떠먹는 스타일로 유명해요. 가다랑어 향이 진한 다시와 푸짐한 양 때문에 단체 여행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아요.
🎓 직접 만들어보는 우동 — 나카노 우동학교
"먹어보는 것"을 넘어 "내가 직접 만들어보는 것"까지 해보고 싶다면 나카노 우동학교(中野うどん学校) 다카마쓰점을 추천해요. 밀가루를 반죽하는 것부터 발로 밟기, 면대로 밀기, 삶기까지 약 40~60분 동안 '우동 선생님'들이 가르쳐주고, 만든 우동은 그 자리에서 먹거나 포장해서 가져갈 수 있어요. 1인당 1,760엔(약 1만 6,700원), 2인 이상부터 예약 가능. 졸업장(?)도 챙겨주는 재미있는 체험이에요.
🚖 우동집만 골라서 데려다주는 — 우동버스 & 우동택시
다카마쓰의 명물 우동집들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렌터카가 없으면 접근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생긴 게 바로 우동택시예요. 우동에 대한 지식 시험은 물론 직접 손으로 면을 뽑아보는 실기 시험까지 통과해야 '우동택시' 운전기사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단순한 기사님이 아니라 우동 가이드라고 봐도 좋아요. 시간제로 운영되고, 2인 120분(우동집 2~3곳) 기준 1인당 약 5,400엔(약 5만 원) 정도예요. 다만 2026년 3월부터 요금이 일부 개정됐다고 하니, 예약 시 최신 요금을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좀 더 저렴하게 다니고 싶다면 우동버스도 있어요. 반나절 코스 1,000엔, 종일 코스 1,500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금은 변동될 수 있어요),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명소까지 효율적으로 데려다줘요. 요일별로 운행 코스가 다르니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게 좋아요.
5. 우동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
우동이 메인이라고 해도, 다카마쓰에 왔다면 잠깐 들렀다 가면 좋을 곳들이 있어요.
- 리쓰린공원(栗林公園): 흔히 '일본 3대 정원'으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사실 정식 일본 3대 명원(미토 가이라쿠엔·가나자와 켄로쿠엔·오카야마 코라쿠엔)에는 포함되지 않아요. 다만 메이지 시대 교과서에 "이 세 정원보다 나무와 돌의 풍취가 더 낫다"고 적힐 정도로 평가받았고, 지금은 국가 '특별명승'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미쉐린 그린가이드에서도 별 3개를 받았고요. 6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 산이 어우러진 다이묘 정원인데, 타케세이 본점 같은 우동집이 도보 거리에 있어서 산책 후 우동으로 마무리하기 좋아요. 입장료는 대인 500엔(약 4,750원), 소인 170엔.
- 야시마(屋島): 와라야가 있는 지역이자 전망과 역사 유적(겐페이 전투 격전지)이 있는 언덕이에요.
- 메기지마(女木島): '오니가시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작은 섬. 다카마쓰항에서 페리로 약 20분이면 닿을 수 있어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반나절 코스로 다녀오기 좋아요.
6. 쇼핑 & 기념품
- 건면 우동(干しうどん): 우동집이나 슈퍼, 공항 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가장 무난한 기념품이에요. 타케세이 같은 명점들은 자체 포장 우동을 판매하기도 해요.
- 사누키 멘교(さぬき麺業), 하야시야 제면소 등 다카마쓰 공항 안의 매장에서도 우동 기념품을 살 수 있어서, 마지막 순간에 깜빡했더라도 공항에서 챙길 수 있어요.
- 우동 외에도 가가와의 명물 과자인 '명물 가마도(名物かまど)', '사누키 온마이' 같은 화과자류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아요.
7. 숙박 추천
- 비즈니스호텔: JR 다카마쓰역이나 시내 중심가에 체인 비즈니스호텔이 많아요. 1박 1인 기준 대략 5,500~12,000엔(약 5만~11만 원) 선으로 예상하시면 되는데, 시즌에 따라 차이가 크니 예약 시점에 가격을 꼭 확인하세요.
- 온천 여관: 다카마쓰 시내에서 살짝 벗어나면 부쇼잔 온천 같은 온천 시설도 있어요. 우동 순례로 걸은 다리를 온천에서 풀어주는 코스도 좋아요.
- 게스트하우스: 예산을 아끼고 싶다면 시내에 게스트하우스도 여러 곳 있어요.
8. 여행 꿀팁 & 주의사항
- 현금을 넉넉히 준비하세요: 작은 셀프 우동집이나 제면소타입 가게는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꽤 있어요.
- 셀프 가게는 일단 줄을 따라가세요: 처음 가는 셀프타입 가게에서 순서를 모르겠다면, 다른 손님들이 하는 걸 잠깐 관찰한 뒤 따라 하면 대부분 무난하게 해결돼요.
- 제면소타입은 영업시간이 짧아요: 낮 1시간 정도만 여는 곳도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영업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 7월 2일은 '사누키 우동의 날': 한 해 절반이 지나는 한게쇼(半夏生) 무렵에 우동을 먹는 풍습에서 비롯됐어요.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관련 이벤트를 만날 수도 있어요.
- 베스트 시즌: 1년 내내 우동 순례는 가능하지만, 여름은 무더위가 꽤 강하니 봄·가을이 걷기에 더 쾌적해요.
- 환율 안내: 이 글의 원화 환산은 2026년 6월 말 기준 대략적인 수치예요(100엔 ≈ 950원 내외). 환율은 매일 바뀌니 출발 전 실제 환율을 다시 확인하시는 걸 추천해요.
📍 우동현 다카마쓰 여행 핵심 정보
✈️ 인천에서: 약 1시간 40~50분 / 에어서울·진에어 직항
🗓️ 추천 기간: 1박 2일 (우동 순례 + 리쓰린공원 정도면 충분, 여유 있게 2박 3일도 좋아요)
💴 예산: 1일 기준 약 7~10만 원 (우동값은 한 그릇당 300~700엔 수준으로 저렴해요)
🌸 베스트 시즌: 봄·가을
🏨 숙박: 비즈니스호텔 약 5만~11만 원대
💡 한마디: 일본에서 음식 하나로 현 이름이 바뀐 유일한 곳, 다카마쓰에서는 정말로 '우동을 위해' 하루를 보내도 아깝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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