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일본 소도시를 다니다 보면 항상 아쉬운 게 있어요.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기다리고, 또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 걸어야 하는 곳들이 꼭 있거든요.
그런데 규슈 북부에는 차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은 마을들이 모여 있어요.
이번엔 후쿠오카공항에서 차를 빌려서 야나가와(柳川) → 히타(日田) → 타케타(竹田) → 키쓰키(杵築)를 도는 2박3일 드라이브 코스를 짜봤어요.
중간중간 들르는 미치노에키(道の駅, 일본식 휴게소+직매장)까지 합치면, 기차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규슈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왜 렌터카 + 미치노에키 조합일까요
이번 코스에 들어가는 마을들은 사실 대중교통으로 묶기가 애매해요.
야나가와는 후쿠오카 시내에서 가깝지만, 히타와 타케타는 산길을 한참 들어가야 하고, 키쓰키는 또 해안 쪽으로 빠져나와야 하거든요.
기차나 버스로 연결하려면 환승이 번거롭고 배차도 뜸한 구간이 많아서, 렌터카가 오히려 더 편하고 시간도 절약돼요.
그리고 일본 드라이브 여행의 진짜 재미는 목적지가 아니라 가는 길에 있다고 생각해요.
미치노에키는 단순한 휴게소가 아니라 그 지역 농산물과 특산품을 파는 직매장이자, 동네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는 식당이기도 해요.
정해진 관광지 말고 진짜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 코스 중간중간 일부러 들르는 걸 추천드려요.
후쿠오카공항에서 렌터카 빌리기
국제운전면허증이 꼭 필요해요.
일본은 1949년 제네바협약 가입국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라서,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소책자 형태)이 일본에서 유효해요.
발급일로부터 1년, 그리고 일본 입국일로부터 1년 중 더 짧은 기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미리 발급받아두세요.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당일 발급 가능하고, 한국 운전면허증·여권도 함께 챙기셔야 해요.
렌터카 픽업 시에는 국제운전면허증 + 한국 운전면허증 + 여권(입국일 확인용) 세 가지를 모두 보여달라고 하는 곳이 많으니 미리 준비해두는 게 안전해요.
후쿠오카공항(국제선 터미널)에는 도요타렌터카, 닛산렌터카, 오릭스렌터카 같은 대형 렌터카 업체 카운터가 모여 있고,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영업소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약할 때 한국어 내비게이션 지원 여부를 꼭 확인하시고, 안 되면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 일본 지원 버전을 보조로 쓰시는 걸 추천드려요.
고속도로 통행료는 ETC카드(하이패스 같은 개념) 렌탈을 함께 신청하면 정산이 훨씬 편해요.

전체 루트 한눈에 보기
후쿠오카공항 → 야나가와(柳川) → 히타(日田) → 타케타(竹田) → 키쓰키(杵築) → 후쿠오카공항(또는 오이타공항)
총 주행거리는 300km 안팎, 2박3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3시간 운전이면 충분히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코스예요.
마지막 날 키쓰키에서 오이타공항으로 빠지면 시간을 좀 더 아낄 수 있고, 후쿠오카공항으로 다시 돌아오면 항공편 선택지가 더 많아요.
둘 다 가능하니 본인 일정에 맞춰 정하시면 돼요.

Day 1: 후쿠오카 → 야나가와
공항에서 차를 픽업하면 야나가와까지는 고속도로로 약 1시간 10분, 70km 정도 거리예요.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돈코부네(どんこ舟)를 타고 호리카와(掘割) 운하를 도는 뱃놀이예요.
사공이 노를 저으며 들려주는 옛이야기와 가끔 부르는 민요를 들으면서 좁은 수로를 미끄러져 가는 게, 작은 마을인데도 야나가와가 왜 "물의 도시"로 불리는지 알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요금은 뱃집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른 기준 2,000엔(약 1만8천원) 안팎이에요.
뱃놀이가 끝나면 야나가와 번주의 별장이었던 오하나(御花) 정원에서 산책하듯 둘러보시고, 점심은 야나가와의 명물인 장어 세이로무시(うなぎのせいろ蒸し)를 꼭 드셔보세요.
달짝지근한 양념에 졸인 장어를 밥과 함께 찜기에 쪄낸 요리라 일반 장어덮밥과는 식감이 또 달라요.
Day 2: 야나가와 → 히타 → 타케타
오늘이 운전 거리가 가장 긴 날이에요. 야나가와에서 내륙으로 들어가 히타까지 이동한 다음, 다시 산길을 넘어 타케타로 향해요.
**히타(日田)**는 사실 단독 여행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인데, 이번엔 드라이브 코스의 중간 거점으로 들렀다 가는 걸 추천드려요.
도착하면 미치노에키 '미즈베노사토 오야마(水辺の郷おおやま)'에 들러보세요.
오야마 지역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매실 산지라 매실장아찌·매실주 같은 가공품이 풍부하고, 직매장 안쪽에는 만화 〈진격의 거인〉 작가의 고향이라는 점을 살린 작은 박물관도 함께 있어요.
점심은 여기서 간단히 먹고 가셔도 되고, 시간이 넉넉하면 히타 시내의 옛 상인 거리 '마메다마치(豆田町)'를 짧게 걸어보셔도 좋아요.
오후엔 산길을 따라 타케타로 넘어가요. 타케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오카성터(岡城跡)예요.
아소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절벽 위에 자리한 산성인데, 작곡가 다키 렌타로(瀧廉太郎)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해서, 그가 만든 명곡 '코조노츠키(荒城の月)'의 모티프가 됐다고 해요.
성벽 자체는 천수각 같은 건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골 풍경이 꽤 인상적이에요.
타케타에서의 숙소는 가능하면 온천이 있는 곳으로 잡으시는 게 좋아요. 타케타 시내에는 일본식 당일 온천 '타케타온센 하나미즈키(花水月)'가 있어서 숙소에 온천이 없어도 들렀다 갈 수 있고, 차로 25분 정도 더 들어가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탄산온천인 나가유온센(長湯温泉)이 있어요.
물에 들어가면 기포가 피부에 닿는 게 느껴지는 독특한 온천이라, 시간이 된다면 하루 더 묵으면서 다녀오셔도 좋아요.

Day 3: 타케타 → 키쓰키 → 공항 반납
마지막 날은 해안 쪽 키쓰키로 이동해요.
키쓰키(杵築)는 일본에서 유일한 '샌드위치형 성하마을(サンドイッチ型城下町)'이라고 불리는데, 남북 두 언덕에 무가저택(武家屋敷) 거리가 있고 그 사이 골짜기에 상인 마을이 끼어 있는 독특한 지형 때문이에요.
마을 전체가 기모노를 입고 산책하기 좋은 분위기로 유명해서, '기모노가 어울리는 성하마을'을 테마로 마을 가꾸기를 하고 있어요. 시내의 기모노 대여점 '레라쿠안(和楽庵)'에서는 300벌이 넘는 기모노 중에서 골라 입을 수 있고, 대여+착용 요금이 1인 3,000엔(약 2만7천원, 커플플랜은 2인 5,500엔) 정도예요. 기모노를 입고 다니면 시내 공공 관광시설 입장이 무료가 되는 혜택도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한번 체험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마을 산책 후엔 향토 산업관 겸 직매장인 '키쓰키 후루사토 산업관'에 들러보세요.
치리멘(잔멸치 가공품), 카보스(영귤류) 주스, 키쓰키 지역의 차와 홍차, 지역 양조장의 술까지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어요.
여기서 마지막 기념품 쇼핑을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해요.
키쓰키에서 오이타공항까지는 일반도로로 약 30분(16km)이라 가장 빠르고, 후쿠오카공항까지는 고속도로로 약 2시간(155km) 정도 걸려요.
항공편 선택지를 더 넓게 보고 싶다면 후쿠오카공항을, 이동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오이타공항을 선택하시면 돼요.
코스 중 들를 미치노에키 총정리
미치노에키 위치 추천 포인트
| 미즈베노사토 오야마(水辺の郷おおやま) | 히타시 오야마초 | 매실 가공품, 〈진격의 거인〉 박물관, 젤라또 |
| 미치노에키 타케타(道の駅 たけた) | 타케타시 | 대분현 명물 사프란 관련 상품, 직매 채소 |
| 나가유온센(道の駅 ながゆ温泉) | 타케타시 나가유 | 탄산온천 휴게소, 족욕탕 |
| 키쓰키 후루사토 산업관 (사토노에키) | 키쓰키시 | 치리멘, 카보스 주스, 키쓰키 차·홍차, 지역 술 |
야나가와에서 히타로 가는 길에 시간이 맞으면 후나고야온센(船小屋温泉) 쪽 휴게 공간에도 들러보세요. 철분이 섞인 천연 탄산수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명소가 있어요.
각 마을 핵심 명소 한 줄 정리
- 야나가와: 돈코부네 운하 뱃놀이, 오하나 정원, 장어 세이로무시
- 히타: 마메다마치 옛 상인거리, 오야마 매실 마을, 미즈베노사토 오야마
- 타케타: 오카성터, 다키 렌타로의 고향, 나가유 탄산온천
- 키쓰키: 샌드위치형 성하마을, 기모노 산책, 무가저택 거리
각 마을은 사실 하루를 다 써도 모자랄 만큼 볼거리가 많은 곳들이라, 다음에는 마을별로 더 깊게 다뤄볼 예정이에요. (히타와 타케타 단독 기사도 곧 준비할게요!)
숙박 추천
지역 가격대 특징
| 야나가와 | 비즈니스호텔 | 운하 근처 도보 이동 가능 |
| 타케타 | 온천 여관 / 료칸 | 온천이 있는 곳으로 예약 추천 |
| 키쓰키 | 게스트하우스 / 비즈니스호텔 | 성하마을 도보권 |
타케타나 나가유온센 쪽은 료칸 객실 수가 많지 않아서, 성수기(벚꽃철·단풍철)에는 두세 달 전 예약을 추천드려요.
운전 실전팁
- 일본은 좌측 통행, 우측 핸들이에요. 처음 며칠은 우회전할 때 반대 차선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신경 써주세요.
- 고속도로 통행료는 거리에 따라 부과돼요. ETC카드를 빌리면 통행료가 자동 정산돼서 매번 현금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요.
- 산길 구간(히타↔타케타)은 커브가 많아서 내비게이션 예상 시간보다 여유를 두고 출발하시는 게 좋아요.
- 주유소는 시골 지역일수록 영업시간이 짧은 곳이 많아서, 연료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미리 채워두는 습관이 안전해요.
- 미치노에키 주차장은 대부분 무료이고 24시간 화장실 이용이 가능해서, 장거리 구간에서는 휴식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세요.
여행 꿀팁 & 주의사항
- 추천 시즌: 벚꽃철(4월 초)에는 오카성터, 단풍철(11월)에는 산길 구간 풍경이 특히 좋아요. 한여름엔 나가유온센의 탄산욕이 더위를 식히는 데 의외로 잘 맞아요.
- 시간이 더 있다면: 일정을 하루 더 늘려서 구마모토 인요시(人吉)까지 다녀오는 것도 가능해요. 다만 타케타에서 거리가 꽤 있어서, 별도 일정으로 빼는 걸 추천드려요.
- 현금 준비: 미치노에키나 작은 식당은 카드·간편결제가 안 되는 곳이 아직 많아요. 엔화 현금을 여유 있게 챙기세요.
- 영어·한국어: 시골 지역일수록 영어 안내가 거의 없어요. 번역 앱이나 파파고 정도는 미리 준비해두시는 게 좋아요.
📍 규슈 소도시 드라이브 핵심 정보
✈️ 인천에서: 후쿠오카공항까지 약 1시간 30분 (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제주항공 등 매일 다수 운항)
🚗 렌터카: 후쿠오카공항에서 픽업, 국제운전면허증 필수
🗓️ 추천 기간: 2박3일 (시간 여유 있으면 3박4일)
📏 총 주행거리: 약 300km
🌸 베스트 시즌: 4월 벚꽃철, 11월 단풍철
🏨 숙박: 1박 기준 비즈니스호텔 7~10만원대, 온천 료칸 15만원대~
💡 한마디: 기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규슈의 진짜 시골을, 운전대를 잡고서야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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