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에 몇 번을 가봤어도 늘 가는 곳만 가게 되지 않나요?
기요미즈데라, 후시미이나리, 아라시야마... 물론 다 좋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속도로 교토를 걸어보려고 해요.
교토에는 '준킷사(純喫茶)'라고 불리는 옛날식 다방 문화가 유난히 깊게 남아 있어요. 순킷사란 술을 팔지 않고 순수하게 커피와 다과만 내는 다방을 뜻하는 말인데, 쇼와 시대(1926~1989)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간직한 곳들이 지금도 문을 열고 있죠.
벨벳 소파, 스테인드글라스, 네루드립으로 정성껏 내리는 커피, 그리고 두툼한 푸딩과 나폴리탄 스파게티까지.
카페보다는 느리고, 관광지보다는 조용한 이 공간들이야말로 교토가 가장 교토다워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이번 글에서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노포부터 사진 찍기 좋은 명소까지, 성격이 뚜렷한 순킷사 7곳을 골라봤어요.
다들 도보로 이동 가능한 시내 중심가에 모여 있어서, 하루 동안 순킷사만 순례하는 코스로 짜도 충분히 재미있을 거예요.
인천에서 교토 가는 법
교토에는 자체 공항이 없어서, 보통 오사카 간사이공항(KIX)을 거쳐 들어가요. 인천-간사이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여러 항공사가 매일 운항하는 노선이라 선택지가 많고, 비행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예요.
간사이공항에서는 JR 하루카 특급이나 리무진 버스로 교토역까지 약 75~80분이면 도착합니다.
김포에서 출발한다면 오사카(간사이) 노선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 거주 지역에 따라 비교해보고 선택하시면 돼요.
① 이노다커피 본점 — 교토 아침의 상징
1940년, 커피 도매상으로 시작해 1947년부터 다방 영업을 시작한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노포예요.
"교토의 아침은 이노다커피 향기로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토 사람들에게는 하루를 여는 곳으로 통해요.
마치노야(町家) 양식의 외관에 들어서면 211석 규모의 널찍한 홀이 펼쳐지고, 창업 당시부터 이어온 대표 블렌드 '아라비아의 진주'가 나와요. 이노다 방식으로는 처음부터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내는데, 블랙으로 주문도 가능해요. 아침 한정 메뉴 '교토의 아침식사'는 스크램블에그와 햄, 크루아상이 함께 나오는 든든한 구성이라 관광 첫날 아침으로 딱이에요.
- 주소: 京都市中京区堺町通三条下ル道祐町140
- 영업시간: 07:00~18:00, 연중무휴
- 가는 법: 지하철 가라스마오이케역에서 도보 약 10분
- 예산: 커피 한 잔 약 700~900엔(약 6,500~8,300원), 세트 메뉴는 1,500엔 안팎(약 1만 4,000원)
② 스마트커피점 — 3대째 이어지는 핫케이크의 정석
1932년 양식당 '스마트런치'로 시작해 전쟁 후 다방으로 전환한, 교토에 현존하는 다방 중 두 번째로 오래된 곳이에요.
스위스 산장을 떠올리며 꾸몄다는 아담한 공간에서 창업 당시 레시피 그대로의 핫케이크와 프렌치토스트를 맛볼 수 있어요.
이 집의 원칙은 하루 종일 같은 메뉴, 같은 맛이라는 것. 그래서 따로 '모닝 메뉴'가 없어요. 아침이든 저녁이든 같은 핫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죠.
인기 메뉴인 프렌치토스트와 푸딩은 오전 중에 품절되는 경우가 많으니, 아침 일찍 방문하는 걸 추천해요. 2층에서는 점심시간(화요일 휴무)에 함박스테이크, 카니크림고로케 등 그리운 양식 런치도 즐길 수 있어요.
- 주소: 京都市中京区寺町通三条上ル天性寺前町537
- 영업시간: 08:00~19:00(라스트오더 18:30), 다방은 연중무휴 / 2층 런치는 화요일 휴무
- 가는 법: 지하철 교토시야쿠쇼마에역에서 도보 약 2분
- 예산: 핫케이크 약 750엔(약 7,000원), 프렌치토스트 세트 약 1,300엔(약 1만 2,000원)
③ 프랑소아 킷사시츠 — 다방으로는 최초로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곳
1934년에 문을 연 프랑소아는 2003년, 다방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가등록유형문화재에 지정된 특별한 공간이에요.
호화 여객선의 홀을 본떠 만든 돔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벽에 걸린 '모나리자' 복제화까지, 들어서는 순간 시대를 건너뛴 듯한 기분이 들어요.
원래는 전쟁 전 반전·전위 예술을 논하던 문화인들의 살롱으로 시작됐다고 해요.
지금도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손님들은 저마다 조용히 커피나 책을 즐기고 있어요. 자가제 푸딩은 옛날식으로 단단하게 만든 타입이라 계란 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커피는 생크림과 에바밀크 거품을 먼저 넣은 뒤 진하게 내린 블렌드를 붓는 독특한 방식이에요.
- 주소: 京都市下京区西木屋町通四条下ル船頭町184
- 영업시간: 11:00~22:00(푸드 라스트오더 20:00, 음료·케이크 21:30), 연중무휴(12/31~1/2 제외)
- 가는 법: 한큐 가와라마치역에서 도보 약 3분
- 예산: 커피 약 700엔대(약 6,500원), 세트 메뉴 1,350엔 안팎(약 1만 2,500원)
- 참고: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 예약을 받지 않아요. 대기 시 벽을 따라 남쪽으로 줄을 서야 해서, 현지 안내문을 잘 살펴보는 게 좋아요.
④ 킷사 소와레 — 파란 조명 아래 반짝이는 젤리퐁치
1948년 창업한 소와레는 교토 다방 중에서도 가장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꼽혀요.
매장 전체를 감싸는 파란 조명은 창업자의 친구였던 염색가가 "여성이 아름답게 보이는 조명을"이라는 조언에서 시작됐다고 하고, 벽에는 미인화로 유명한 화가 도고 세이지의 그림들이 걸려 있어요.
대표 메뉴는 1975년에 탄생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젤리퐁치'.
다섯 가지 색의 젤리가 담긴 사이다에 과일을 띄운 메뉴인데, 사용하는 사이다는 1899년부터 100년 넘게 이어온 제조법 그대로라고 해요. 탄산이 빨리 빠지는 편이라 나오는 대로 바로 즐기는 게 포인트예요.
- 주소: 京都市下京区西木屋町通四条上る真町95
- 영업시간: 평일 13:00~19:00(라스트오더 18:00) / 주말·공휴일 13:00~19:30(라스트오더 18:30)
- 정기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무)
- 가는 법: 한큐 교토가와라마치역 1A출구에서 도보 약 1분
- 예산: 젤리퐁치 약 850엔(약 7,900원)
- 참고: 매장 앞에서의 줄서기가 금지되어 있어서, 대기 손님들은 근처 다카세강 주변에서 기다려요. 폐점 1시간~1시간 30분 전에 가면 비교적 여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는 팁도 있어요.
⑤ 로쿠요샤 커피점 — 1층과 지하, 아버지와 아들이 나눠 운영하는 다방
1950년 지하 공간에서 시작해 1966년 1층에도 매장을 낸 로쿠요샤는, 지금은 3대째 손자가 1층을, 2대째 아버지가 지하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예요.
같은 이름이지만 원두도, 메뉴도, 분위기도 서로 다르답니다.
지하점은 낮에는 다방, 저녁부터는 바로 변신하는데, 명물은 매일 낮 12시부터 판매하는 수제 도넛이에요.
자가배전 원두로 내린 진한 커피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죠.
1층은 흡연 가능(모닝타임인 8:30~12:00는 금연), 지하는 전체 금연이라 취향에 따라 골라 갈 수 있어요.
- 주소: 京都市中京区河原町三条下ル大黒町40
- 영업시간: 1층 08:30~22:30(라스트오더 22:00), 지하 다방타임 12:00~17:00(라스트오더 16:30)·바타임 17:00~23:00(라스트오더 22:30)
- 정기휴무: 수요일(1층·지하 모두)
- 가는 법: 지하철 교토시야쿠쇼마에역 또는 게이한 산조역에서 도보 약 5분
- 예산: 도넛 약 250엔(약 2,300원), 커피 약 500~600엔(약 4,600~5,600원)
⑥ 마에다커피 분파쿠점 — 옛 일본은행 금고실에서 마시는 커피
살짝 다른 색깔의 한 곳을 소개하자면, 마에다커피 분파쿠점이에요. 교토문화박물관 별관 안에 자리한 이곳은 1906년 지어진 옛 일본은행 교토지점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매장이 위치한 곳이 다름 아닌 은행의 금고실이었던 자리예요.
두꺼운 벽돌 벽과 묵직한 철문, 은행원들이 쓰던 조명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돼요.
교토 시내에 여러 지점을 둔 마에다커피는 1971년 창업한 자가배전 전문점으로, 어느 지점을 가도 안정적인 맛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도 이 분파쿠점은 공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곳이에요.
산조·가라스마 지역을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은 위치라, 앞서 소개한 다방들과 같은 날 동선으로 묶기 편해요.
- 주소: 京都市中京区高倉通三条上る東片町623-1 京都文化博物館別館内 1F
- 영업시간: 10:00~17:00(라스트오더 16:30), 특별전 기간 중에는 10:00~18:00(라스트오더 17:30)
- 정기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무)
- 가는 법: 지하철 가라스마오이케역에서 도보 약 5분
⑦ 신신도 교다이 기타몬마에 — 교토대 학생들의 '제2 도서관'
마지막은 조금 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이에요. 관광객은 거의 찾지 않는 교토대학교 정문 앞, 1930년 문을 연 신신도는 지금도 '교토대 제2 도서관'이라 불릴 만큼 학생과 교수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다방이에요.
창업자가 파리 유학 시절 목격한 카르티에라탱 지구의 카페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벽돌 건물로, 인간국보로 지정된 목공예가 구로다 다쓰아키가 만든 육중한 긴 테이블과 벤치가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어요.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도 등장하면서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관광객보다 현지 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에요. 음악을 틀지 않는 조용한 실내에서 카레라이스나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시 책을 읽어도 좋겠어요.
- 주소: 京都市左京区北白川追分町88
- 영업시간: 10:00~18:00(라스트오더 17:30)
- 정기휴무: 화요일
- 가는 법: 교토시 버스 '햐쿠만벤' 정류장에서 도보 약 5분(교토대 정문 근처)
- 예산: 커피·토스트 세트 약 600엔(약 5,600원), 카레라이스 세트 약 800엔(약 7,400원)
순킷사 순례, 이렇게 다니면 좋아요
- 동선 짜기: ①~⑤는 산조·가와라마치·기야마치 일대에 몰려 있어서 도보로 순서대로 다닐 수 있어요. ⑥ 분파쿠점도 가라스마오이케역 근처라 무리 없이 연결돼요. ⑦ 신신도만 조금 떨어진 교토대 앞이라, 오전에 긴카쿠지나 철학의 길을 걷는 일정과 묶으면 동선이 자연스러워요.
- 혼잡 시간대: 스마트커피점과 프랑소아, 소와레는 특히 주말 오전~오후에 대기줄이 길어지는 편이에요. 오픈 직후나 폐점 1시간 전을 노리면 한결 여유로워요.
- 결제 수단: 프랑소아 킷사시츠는 현금만 받아요. 여유 있게 엔화를 챙겨가시길 추천해요.
- 환율 안내: 원 표기는 2026년 7월 기준 100엔≈930원으로 환산한 대략적인 금액이에요. 실제 환율은 방문 시점에 다시 확인해 주세요.
요약 정보
| 이노다커피 본점 | 산조 사카이마치 | 아라비아의 진주, 교토의 아침식사 | 1940년 |
| 스마트커피점 | 데라마치 산조 | 핫케이크, 프렌치토스트 | 1932년 |
| 프랑소아 킷사시츠 | 기야마치 시조 | 자가제 푸딩 | 1934년 |
| 킷사 소와레 | 가와라마치 시조 | 젤리퐁치 | 1948년 |
| 로쿠요샤 커피점 | 가와라마치 산조 | 수제 도넛 | 1950년 |
| 마에다커피 분파쿠점 | 산조 가라스마 | 금고실 공간 체험 | 1971년(마에다커피) |
| 신신도 교다이 기타몬마에 | 교토대 정문 앞 | 카레라이스 | 193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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