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 여행을 몇 번 다녀오신 분들도 아라시야마(嵐山)까지는 가봤어도, 그 뒤에 있는 작은 협곡 열차까지는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가노 토롯코 열차는 딱 25분, 7.3km를 달리는 짧은 관광열차인데요, 창문도 없이 뻥 뚫린 객차에 앉아 호즈강(保津川) 계곡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다 보면, "교토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순간이 옵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특별합니다. 지금 운행 중인 열차 차량이 개통 35주년을 맞으면서, 2026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거든요. 2027년 봄에는 새로운 차량이 도입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낡고 정겨운 디젤기관차를 탈 수 있는 마지막 해라는 뜻이에요.
급하게 뛰어다니는 여행보다,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1. 왜 지금 사가노 토롯코를 타야 할까요
사가노 토롯코 열차는 옛 산인본선(山陰本線) 폐선로를 활용해 1991년부터 달리기 시작한 관광열차예요.
사가(嵯峨)역에서 출발해 아라시야마, 호즈쿄(保津峡)를 지나 가메오카(亀岡)까지, 굽이굽이 협곡을 따라 8개의 터널을 지나갑니다. 속도가 느긋하고, 경치 좋은 구간에서는 일부러 서행하거나 잠시 멈춰주기도 해서 사진 찍을 시간도 충분해요.
빠르게 걷지 않아도 되고, 계단을 여러 번 오르내릴 일도 없이(승차하는 역만 잘 고르면요) 앉은 채로 교토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50~60대 여행자분들께 잘 맞는 포인트입니다.
봄에는 철길 양옆으로 벚꽃 터널이 생기고, 가을에는 단풍이 강물 위로 쏟아지듯 물드는데, 어느 계절에 가셔도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다니는 이 정겨운 디젤기관차(DE10형)는 올해 시즌이 마지막 운행입니다.
내년부터는 새 차량으로 바뀌기 때문에, "그때 그 열차"를 경험할 수 있는 건 2026년이 마지막 기회예요.
2. 인천에서 가는 방법
- 인천공항 → 간사이공항: 약 1시간 40분~2시간 (직항 다수)
- 간사이공항 → 교토역: JR 하루카(はるか) 특급으로 약 75분, 또는 리무진버스로 약 90분
- 교토역 → 사가노 토롯코 사가역: JR 사가노선(嵯峨野線)으로 사가아라시야마(嵯峨嵐山)역까지 약 15~20분. 사가아라시야마역 바로 옆에 토롯코 사가역이 붙어 있어서 환승이 매우 편합니다.
교토 시내에 숙소를 두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거리라, 굳이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3. 열차 정보 — 운행, 요금, 예약 방법
운행 기간: 2026년 3월 1일(일) ~ 12월 29일(화). 겨울철(12월 30일~2월 말)은 차량 정비를 위해 운휴합니다.
운행 요일: 수요일 정기 운휴가 원칙이지만, 벚꽃철·단풍철 등 성수기에는 수요일에도 운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공식 사이트에서 날짜별로 꼭 확인하세요.
소요 시간·거리: 사가 ↔ 가메오카 전 구간 약 25분, 7.3km
요금: 전 구간 균일 요금이에요. 편도 기준 성인 880엔(약 8,400원), 소인(6세~12세 미만) 440엔(약 4,200원)입니다. 왕복으로 타실 경우 이 금액의 2배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2026년 7월 기준 100엔≈950원으로 환산, 실제 환전 시점의 환율을 확인해 주세요)
좌석: 전 열차 전 좌석 지정제입니다. 1~4호차는 일반 창문 객차이고, 5호차 "리치고(リッチ号)"는 창문이 없는 완전 개방형 객차예요. 요금은 동일하지만 인기가 많아 예약이 빨리 마감됩니다. 비 오는 날은 옷이 젖을 수 있어 우비를 챙기시는 게 좋아요.
예약 방법:
- 승차일 한 달 전 자정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 가능 (신용카드 또는 편의점 결제)
- 예약 없이도 당일 각 역 창구에서 좌석 여유가 있으면 구매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오전 중 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당일권 판매는 보통 오전 8시 35분~50분경부터 역별로 순차 시작됩니다
주의할 점: 토롯코 열차 안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25분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타시기 전에 미리 다녀오시길 권해드려요. 그리고 아라시야마역에서 타실 경우 승강장까지 계단이 약 60개 있어서, 무릎이 편치 않으신 분들은 계단이 없는 사가역에서 승차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4. 추천 코스 — 반나절이면 충분해요
오전 코스 (여유롭게 걷고 싶으신 분께)
사가아라시야마역 도착 → 도게츠쿄(渡月橋) 다리와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길 산책 (약 1시간) → 사가역에서 토롯코 열차 승차 → 가메오카역 도착 후 주변 산책 → 원하시면 호즈강 뱃놀이(保津川下り)로 가메오카에서 아라시야마까지 약 16km, 약 2시간에 걸쳐 강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도 있어요(성인 6,000엔·소인 4,500엔, 2026년 3월~12월 운항). 열차로 올라가고 배로 내려오는 조합이 인기가 많습니다. 다만 뱃놀이는 기상 상황에 따라 당일 운휴될 수 있으니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세요.
오후 코스 (사찰과 함께 조용히)
덴류지(天龍寺) 정원 관람 (세계유산, 소겐치 정원과 운룡도가 볼거리) → 도보로 사가역 이동 → 토롯코 열차 탑승 → 가메오카 왕복 후 다시 아라시야마로 → 저녁은 아라시야마 두부 요리로 마무리
체력에 자신이 없으시면 왕복 열차만 타고 오시는 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됩니다. 굳이 무리해서 다 돌아보려 하지 않으셔도 돼요.
5. 꼭 드셔봐야 할 것들
- 유도후(湯豆腐): 아라시야마는 두부 요리로 유명한 동네예요. 담백한 물두부 코스는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 말차 스위츠: 아라시야마 인근에는 말차 젤라또, 말차 파르페를 파는 찻집이 많아요.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입니다.
- 사가 토롯코 사가역 인근 SL 광장 찻집: 옛 증기기관차가 전시된 공간 옆에 작은 카페가 있어, 열차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 하기 좋습니다.

6. 쇼핑 & 기념품
가메오카역과 사가역 주변에는 큰 쇼핑가는 없지만, 아라시야마 상점가 쪽으로 나오시면 대나무 공예품, 교토식 절임(교즈케), 야츠하시(八ツ橋) 과자 같은 것들을 구매하실 수 있어요. 토롯코 사가역 안에도 작은 기념품 코너가 있어 열차 관련 굿즈를 살 수 있습니다.
7. 숙박 추천
- 비즈니스호텔급: 교토역 주변 (1박 8~12만 원대) — 이동이 가장 편리
- 전통 료칸: 아라시야마 온천(嵐山温泉) 지구에 온천을 갖춘 료칸들이 있어, 하루 종일 걸은 뒤 온천으로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1박 2식 기준 20만 원대~)
- 게스트하우스: 사가노선 연선에 소규모 숙소들도 있어 조용하게 머물기 좋아요
성수기(벚꽃철, 단풍철)에는 아라시야마 지역 숙소가 몇 달 전부터 마감되니 서둘러 예약하시길 권합니다.
8. 여행 꿀팁 & 주의사항
- 예약은 승차 한 달 전 자정부터 열립니다. 벚꽃철·단풍철에는 예약 시작과 동시에 좌석이 빠르게 차니, 날짜를 미리 정해두고 알람을 맞춰두시는 걸 추천해요.
- JR 패스나 세이슌 18 티켓으로는 탑승이 불가능합니다. 별도로 요금을 지불하셔야 해요.
- 겨울철(12월 30일~2월 말)은 운행하지 않습니다.
- 2026년 시즌을 끝으로 현재 차량이 은퇴하니, 오래된 목재 좌석과 디젤기관차 특유의 정취를 느끼고 싶으시면 올해 안에 다녀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리치고(5호차, 오픈형 객차)는 인기가 많아 빨리 마감되니, 개방감을 원하시면 예약 시 미리 선택하세요.
📍 사가노 토롯코 열차 핵심 정보
✈️ 인천에서: 약 4시간 (간사이공항 경유, 교토역까지 열차/버스 포함)
🗓️ 추천 소요 시간: 반나절 (다른 아라시야마 명소와 묶으면 하루)
💴 예산: 열차 왕복 약 1,760엔(약 1만 7,000원) + 식사·입장료 포함 1인 1일 약 5~7만 원
🌸 베스트 시즌: 3~4월(벚꽃), 11월(단풍) — 단, 이 시기는 예약 경쟁이 치열함
🏨 숙박: 교토역 주변 비즈니스호텔 또는 아라시야마 온천 료칸
💡 한마디: 올해가 마지막인 그 열차,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25분의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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